한글 자음의 물리학적 접근?_3 (ㄹ)
'꼬르륵' 소리 있잖아요.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나는 소리요. 근데 이 '꼬르륵' 소리는 생리 현상이라고 합니다. 공복 상태에서 맛있는 음식을 보면, 마치 그 음식을 먹고 있는 것처럼 뇌가 판단하여 위와 장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 움직임을 통해 빈 위에 남아있던 공기가 소장으로 밀려나고, 그렇게 밀려난 공기가 또한 소장에 남아있던 물을 밀어내므로서 '꼬르륵'하고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소리가 마치 자음 'ㄹ'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처럼 느껴지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ㄹ'은 물 소리입니다. 물이 흐르고 구르고 부닥치면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바로 'ㄹ' 소리입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그리고 직선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굽이굽이 굴곡진 길을 따라 울며울며 흐르는 것이 물의 생입니다. 그 생에서 태어나는 소리가 바로 'ㄹ' 소리인 것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빗물이 만나 골짜기를 이루고, 골짜기를 따라 흘러 개울이 되고, 개울이 만나 냇물을 이루고, 냇물이 강을 이뤄 바다에 다다를 때까지, 물은 흐르고 구르고 부닥치면서 끊이없이 'ㄹ'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물은 꺽인 곳에서 더 잘 웁니다. 많은 물이 한꺼번에 'ㄹ'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강보다 계곡에서 물소리가 더 리얼하게 들리는 이유도, 골짜기가 꺽인 곳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아글 할 때 즉 고개를 들고 물이나 양치액으로 입 안을 헹굴 때, 목구멍의 꺽여진 부분에서 물 소리가 더 잘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물을 꿀꺽 삼킬 때 바로 목구멍의 꺽인 부분에서 'ㄹ' 소리가 잘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좌변기의 물을 내릴 때,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작은 구멍을 빠져나가려고 하다 보니 상당히 시끄러울 정도로 물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때도 역시 가장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가 바로 'ㄹ' 소리입니다.
된장찌게나 김치찌게가 지글지글 끓을 때도 'ㄹ' 소리가 잘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깃발이 펄럭일 때도 가만 잘 들어보면 'ㄹ'과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ㄹ'은 물이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깃발이 바람에 펄럭일 때도 그와 비슷한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도 그것은 깃발이 바람에 의해 'ㄹ' 모양으로 펄럭거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꼬르륵' 소리를 다시 한 번 관찰해 보겠습니다. '꼬르륵' 소리는 마치 음식물을 먹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여 내부의 공기가 소장에 남아있는 물을 밀어내므로서 나는 소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목구멍의 꺽인 부분을 지나 식도를 타고 내려가 위를 거쳐 소장과 대장을 통해 밖으로 배출됩니다. 음식물의 소화 과정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 하지는 않겠습니다.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은 자연에서의 물이 지나가는 길과 매우 비슷합니다. 다시말해 굽어지고 꺽인 굴곡의 길을 따라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소화를 매우 유리하게 하기 위해 진화된 생체학의 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목구멍의 꺽여진 부분이 있어야만 너무 많은 양의 음식물이 한꺼번에 식도로 넘어가는 일을 막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소장이 길고 구불구불 하게 이어져 있어야 소화하는 시간이 길어져 음식물의 양분을 충분히 빨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청진기까지도 필요없이 그냥 귀를 배에다 갖다대고 가만 들어보십시요. 배 속에 골짜기도 있고 도랑도 있고 냇가도 있는 것처럼, 물이 졸졸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요동치며 흘러가는 것처럼 들리기도 할 것입니다.
이처럼 물은 직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 굴곡진 길을 따라 'ㄹ' 모양으로 'ㄹ' 소리를 내며 흘러갑니다. 그리고 꺽인 곳에서 더욱 우렁차게 'ㄹ' 소리를 내며 흘러 흘러 갑니다.
(참고로 'ㄹ'은 'ㄱ'과 'ㄴ'의 중간 정도의 입천장에 혀끝을 살짝 말아올려 붙이면서 만들어지는 소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