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음의 물리학적 접근?_2 (ㄴ_ㄱ)
'ㄴ' 소리는 누구나 '참 부드러운 소리다'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아마도 은은한 소리라서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눈 쌓인 고요한 새벽 은은하게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 바로 그 소리에서 'ㄴ'을 듣고 계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ㄱ'을 180도 회전시키면 'ㄴ'됩니다. 딱딱하고 단단한 소리가 부드럽고 은은한 소리로 바뀌는 것입니다.
'ㄱ'은 딱딱합니다. 마치 악바리 같은 소리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ㄱ'은 길쭉한 혀 중에서도 저 안쪽에 있는 두꺼운 혓살이 성대 바로 윗분분의 목구멍을 꽉 틀막으면서 만들어지는 소리입니다. 검지(손가락)를 입안에 적당히 깊이 있게 집어넣은 상태로 '악!'하고 소리쳐 보세요. 그러면 손가락의 끝부분이 혀뿌리와 목구멍 천정에 의해 꽉 물린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혀의 앞부분은 손가락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 다는 사실을 또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엑스레이 같은 것으로 찍지 않아도, 혀의 움직임을 손가락 하나로 또렷하게 관찰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예를 들면,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고 '너'와 '러'를 소리 내어 보세요. 어떤가요? 감이 오시나요?... ㅎㅎ, 네 그렇습니다. '너'라고 할 땐 혀의 앞부분이 손가락을 살짝 건드리고 갑니다. 반면에 '러'라고 할 땐 손가락이 아예 혀에 닿지 않습니다. 자 이정도면 소리에 따른 혀의 움직임이 잘 관찰되시지요? (학습용으로 이용 가능)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ㄱ'은 단단한 소리입니다. 악바리 같은 소리니까요. 'ㄱ'은 두꺼운 혀뿌리가 목구멍을 꽉 틀어막을 때 만들어지는 소리라고 했는데, 쉽게 얘기해서. 그냥 목을 확 졸라보세요. 그러면 자동으로 /악!, 윽!, 욱!/과 같은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왜 목을 순간적으로 꽉 틀어막으면 짧고 굵고 단단한 소리 'ㄱ'이 만들어지는지, 아마도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목을 또는 목구멍을 꽉 틀어막는다는 것은 날숨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순간적으로 호흡을 차단 또는 정지시킨다는 것입니다. 너무너무 놀라운 광경을 보거나 무시무시한 장면을 봤을 때 마치 '숨이 멎을 것 같다'라고 표현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아주 강한 충격에 의해 일시적 또는 순간적으로 호흡이 정지 된다는 의미로 넓혀 말씀 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총알이나 화살을 맞았을 때, 그 충격에 의해 '윽!'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병사들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물론 학창시절에 주먹으로 옆구리 한 대 맞아 본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보다 선명하게 '윽! 소리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꾸 윽 윽 하니까 진짜 글이 너무 딱딱해지는 것 같습니다. 글이 너무 딱딱하면 듣기도 좀 거북스러운데,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하고, 부드럽고 은은한 'ㄴ' 소리로 넘어가겠습니다.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왜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생체학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 생물학 선생님 계시면 설명 좀 해주신다면 넘넘 고맙겠습니다.
삼각형에서 높이는 수직 거리입니다. 혀뿌리가 목구멍을 가장 빨리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바로 수직으로 틀어막는 것일 겁니다. 방패로 화살을 막을 때도 되도록 날아오는 화살의 각도에 수직으로 세워야 보다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이치와 같습니다.
수직은 두 선(면 )의 기울기가 90도인 것을 말합니다. 위에서 손가락을 깊게 넣어보셨지요. 그때 혀가 직각으로 굽혀진다는 것을 눈치 채신 분이라면, 혀뿌리가 날숨을 최대한 빨리 막으려면 가장 짧은 거리 즉 수직으로 목구멍을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바로, 수직 직각처럼 생긴 기호 'ㄱ'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딱딱한 소리 들으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이제부턴 기다리고 기다리던 'ㄴ' 소리로 넘어가겠습니다.
180도 돌리면 됩니다. 혀의 뒷부분과 앞부분은 서로 반대에 위치해 있지만, 일직선 상입니다. 즉 마주보는 180도라는 것입니다. 가장 딱딱하고 단단한 혀뿌리 소리 'ㄱ'과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혀끝 소리 'ㄴ'이 서로 정 반대임과 동시에 또한 서로 마주보고 나는 소리라는 것입니다.
고요한 밤 은은~하게 들려오는 교회의 종소리, 또는 침묵을 참 귀엽게도 질투하는 애기붕어 같은 풍경 소리, 혹 이런 소리 듣기 싫은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보통은 좋아 할 것이라고 맏습니다. 아니, 믿고 싶습니다. 왜냐면, 그래야만 제 나름대로 'ㄱ'과 'ㄴ' 소리의 조화로운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많이 도와주세요.
종은 쇠를 녹여 거푸집 같은 것에 넣어 굳힌 것입니다. 쇠는 원래 단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녹으면 물처럼 흐물흐물연해집니다. 그런데요, 이것이 보다 세련되게 다시 굳으면 처음보다 더 단단한 쇠가 됩니다. 다시말해, 뜨건운 맛도 좀 보고, 쇠망치질도 좀 당해보고, 찬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숨도 좀 헐떡거려보고, 그러고 나면, 더 단단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단단했다가, 녹아서 연해졌다가, 다시 또 단단해졌다가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바로 'ㄱ' 소리와 'ㄴ' 소리를 공존하도록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림 초절정 고수들의 전설적인 검(劍)들은 이와 같은 과정들이 수없이 반복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칼이 한 번 부딪치면, 부딪치는 순간 빛과 함께 강렬한 소리가 나면서, 잠깐의 정적(靜寂 )이 흐르는 가운데 매우 곱고 은은한 소리가 울려나오는 것입니다.
고급스러운 와인잔 두 개를 서로 살짝 부딪쳐 보세요. 그리고 그 소리를 가만 들어보세요. 그러면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ㄱ'은 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ㄴ'은 감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ㄴ'은 매우 은은하게 들리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 다 끄고, 잡다한 소리도 다 끄고, 아주아주 고요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와인잔이 부딪치는 소리를 다시 한 번 들어보십시요.
그러면, 부딪치는 순간의 'ㄱ'으로부터 떨어져나오는 소리가 바로 'ㄴ'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ㄴ' 소리는 불(열)에 의해 보다 단단해진 또는 보다 세련되어진 등등의 사물이 수직으로 부딪칠 때, 그 순간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며 은은~하게 울려오는 소리가 바로 'ㄴ' 소리라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