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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사이시옷 문제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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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시옷에 대한 유감

얼마 전 TV 뉴스 자막에서 ‘하굣길, 등굣길’이라는 표기가 있었다. 하교길, 등교길이 아니고 사이시옷(ㅅ)을 넣은 하굣길, 등굣길이었다. 이 외에도 장맛비, 대푯값, 최댓값, 최솟값, 찻간(車間)거리 등의 표기를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다. 이 표기에서 사이시옷을 빼고 등교길, 하교길, 장마비, 대표값, 최대값, 최소값, 차간거리로 표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사이시옷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게 된 근거는 한글 맞춤법의 대원칙인 제1항, 즉,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데 있는 것 같다. 이 원칙에 따라 제30항에서 사이시옷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복잡하지만 대체로 합성어의 발음에 된소리가 나거나 시옷 발음이 끼어드는 경향이 있으면 사이시옷을 넣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사이시옷을 빼고도 발음이 잘 될 수 있다. 하교길, 등교길, 장마비, 대표값, 최대값, 최소값, 차간거리를 발음해 보라. 어차피 발음은 앞 뒤 말에 따라, 사람에 따라, 또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미세한 발음의 차이를 완전히 표기에 반영하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말과 글을 100% 일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사이시옷 규정은 두가지 문제점을 일으킨다. 첫째는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는 한글의 장점을 훼손하고, 한글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교+길은 하교길로, 등교+길은 등교길로, 장마+비는 장마비로, 대표+값은 대표값으로, 최대+값은 최대값으로, 최소+값은 최소값으로, 차+간은 차간으로 표기하는 것이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울 뿐 아니라 논리적이다. 복잡한 것 보다 단순한 것이 언제나 낫다.

둘째는 지금의 사이시옷 규정에 의해 우리말이 점점 더 된소리화되어 간다는 점이다. 된소리 보다 부드러운 말이 듣기에 좋을 뿐 아니라 발음에 필요한 에너지 경제성 측면에서 낫다. 말은 글을 변화시키고, 또 글은 말을 변화시킨다. 사이시옷의 사용을 제한하여 우리말이 부드럽게 발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여러 글이 존재한다. 어떤 글은 문명의 부침과 함께 발전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 한글은 배우고 쓰기 쉬우며 논리적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디지털 세상에서 한글의 우수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휴대폰 문자통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보편화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우리 한글을 우리가 발전시켜야 한다. -강철구-
(경향신문에 기고한 본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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