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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스케치 - 미디어 포럼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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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2014년 1월호 '미디어 포럼'에 게재된 것입니다. 


 


 


 


<미디어 포럼>


 


2013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대립 극복을 위해’ 논문 발표 쇄도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2013 가을철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2013년 11월 29일 충남대학교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다양한 기획 아래 23개의 세션과 8개의 라운드테이블로 구성되었다. 오전 11시부터 모두 63편의 논문 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고, 250여 명의 학회 회원과 대학원생의 참여 속에 학술대회가 진행되었다.


 


성황을 이룬 학술대회, 그 자체가 메시지


 


이는 처음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준비할 때에는 예상치 못한 성황이 아닐 수 없다. 선거로 인원이 동원되는 학회도 아닐뿐더러, 장소가 서울이 아닌 대전이어서 더 그렇다. 대전은 전국 어디에서나 이동 시간이 길지 않아 학술대회 장소로 적격이지만, 그래도 서울을 떠난다는데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긴 어렵다. 한 달여의 작업을 통해 주제와 세션 구성을 마치고, 각 세션의 발표자를 모집하는 공지문을 순차적으로 띄웠다. 바로 피드백이 오기 시작했다.


 


공지에 담긴 기획취지문의 문학성에 대한 찬사가 많았는데 격려의 덕담으로 들었다. 인접 분야의 학회 회장으로부터 몇몇 세션의 기획 아이디어에 대한 구체적인 문의도 있었다(학술서평 세션과 대학원생 ‘조언’ 세션). 특히 이번 학술대회의 대주제에 대한 기대 섞인 반응들에는 덕담만이 아닌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상황을 정확하게 짚은 주제’ ‘언론정보학회에서 맡아야 하는 주제’와 같은 논평도 의미 있었지만, 우리 조직위원들을 가장 고무시킨 피드백은 이것이었다. “내 연구를 언론정보학회에서 발표하고 싶다!”


 


발표 신청이 밀려들었다. 당초 예상의 배에 달했다. 국외 출장으로 나중에 신청을 취소하신 두 분께는 감사드리고 싶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서둘러 세션 구성의 골격을 고쳐 오전세션을 신설했다. 오전 11시 발표시간에 대려면 지역에 따라서는 새벽에 출발해야 해 걱정이 되었지만, 조직위 차원에서는 배치표의 퍼즐 맞추기가 급선무였다.



그런데 학술대회 당일 아침,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각 지역에서 카풀 또는 대중교통으로 아침 일찍부터 수많은 학회원이 학회장으로 오신 것이다. 여유 있게 구입해 둔 교직원 식당의 점심 식권 80장은 금세 다 나갔고, 충남대 안에 새로 생긴 푸드코트에 급히 진행요원을 배치하여 학회 신용카드로 50여 분의 식비를 추가로 계산했다. 사무국장과 진행요원들은 도시락을 주문했다.



 



2013년 가을철 학술대회의 대주제는 '이념과 감정의 대립을 넘어'......


 


 


화두는 ‘학술, 현장, 실천’



이번 학술대회의 목표는 학술대회다운 학술대회, 진보적이고 비판적 학문정신을 추구하는 학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학술대회가 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발표마다 충실한 토론이 가능한 최소한의 시간으로 50분을 보장할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또한 학문 후속세대가 학회의 근간이라는 생각을 실천하는 뜻에서 신진학자 포럼의 출범을 지원하고, 대학원생 세션도 완성된 논문과 미완성 논문을 모두 포괄하는 입체적 구성을 시도했다. 특히 대학원생의 발표에 대해 사회자와 별도로 해당 전공자를 토론자로 섭외하고자 했다.


 


돌이켜 보면 한국언론정보학회야말로 출발은 대학원생과 신진학자의 학술공동체였다. 아직은 학문의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던 80년대 말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한국사회언론연구회’를 결성했고, 그곳에서 한국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학풍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연구역량이 성숙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학회로 발전, 오늘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신진학자와 대학원생을 중심에 둔다 함은 학회로서는 초심을 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언론정보학회 김서중 회장과 집행부의 큰 그림 안에서 설정된 방향이다. 학술, 현장, 실천이라는 화두 속에서 서로 생각을 충분히 공유하고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목표로 했고, 그렇게 해서 설정된 전체 주제가 ‘이념과 감정의 대립을 넘어: 현 단계 미디어 지형의 문제와 대안’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한국사회에는 특히 ‘대립과 양극화’ 담론이 성했다. 그 대립의 장은 정치권에 국한되지 않은, 언론과 인터넷으로 확장된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큰 우려를 낳았다. 이번 학술대회 대주제는 이런 현실에 대한 진보적 연구자들의 고민과 사명감의 소산이다.


 


이 주제에 입각해 메인 세션에서 박홍원 교수는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재검토하여 한국 공론장의 왜곡 현실을 진단했다. 사회가 잘못될수록 원론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지는 발표였다. 이어서 신태섭 교수는 6공 이후 현재에 이르는 신종 권위주의의 성격 변화와 언론 구조 변화를 특유의 도저한 분석을 통해 논의했다. 이어지는 라운드테이블에서 이광석 교수는 언론의 이데올로기와 정치 과잉이 일견 봉합의 정치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위기를 축적하고 있음을 통찰했다.


 


이근행 PD는 과연 ‘뉴스타파’는 진영을 넘어선 공론인가를 늘 자문한다고 하며 언론의 내부구조가 더 철저한 개선의 영역임을 토로했다. 한편 플로어에서는 대립의 극복 과제를 제기하는 설진아 교수의 토론이 있었다.



두 관점 간의 대화, 인상적이고 소중해



자유주제 세션과 다양한 분과 세션에서도 이런 전체 주제와 연관된 발표와 토론이 다각도로 진행되었다. 현장과 학술 세션에서 ‘추적 60분’의 사례 분석을 통해 PD 저널리즘의 성과와 보도본부 이관에 따른 위기에 대해 논한 홍경수의 발표, 김동원(보도), 박지영(시사토크), 성태환(시청률) 등 종편을 연구한 구체적인 분석 논문들, 그리고 인터넷 담론의 감정 경제에 대해 분석한 이범준의 논문 등이 그 예다.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진 개별 연구들이 이번 학술대회의 전체 주제를 향하는 이 대목에서 우리는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현 단계 미디어의 당면문제를 읽을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의 방대한 구성 안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몇 장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홍석경 교수의 저서에 대해 서평자인 심두보 교수는 “그동안 유럽에서 이루어져온 일본 망가(만화)와 대만 드라마의 수용 경험이 한국 드라마 수용을 용이하게 하는 감수성을 형성시켰음을 밝혀냈다”라고 평한다. 저자는 유럽의 사례를 통해 한류의 동아시아적 특수성 쪽에 주목했다면, 서평자는 동아시아 내의 차별성 쪽에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대학 교수로 장기간 연구해온 저자와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교수와 연구를 해온 서평자의 고유한 학문적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이루는 각도가 같을 수 없다. 두 연구자 덕택에 우리 학계는 한류 현상을 조명하는 두 개의 관점을 보유하게 되었고, 앞으로 지속될 이 두 관점 간의 대화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학술서평 세션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론적으로 준비된 연구자이면서 영국 전문가인 정준희 박사의 발표는 언제나 동료 학자의 관심을 끈다. 그의 발표에서 우리는 왕성한 생산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질적 완결성과 진한 사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스포츠 동호인들은 학창시절 선수 출신을 경외하여 ‘선출’이라 부른다. 언론정보학계에도 그와 비슷하게 방송제작 현장 출신 교수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 노동렬 교수는 특히 토론이 일품인 ‘현출’이다. 엄격한 사고와 정연한 표현력으로 전달되는 그의 풍부한 현장 경험은 학술 토론에서 구체성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는다.


 


이 발표에서 정준희는 지상파PD들의 종편행과 인기 프로그램의 부침 현상에 주목하고, 9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 방송계에서의 인력 이동 사례를 분석하여 그 의미에 대해 비교 해석을 시도한다. 노동렬은 이미 한국에서 SBS 개국과 케이블TV 등 두 차례에 걸쳐 있었던 선례를 통해 현재에 대한 함의를 확장시키는 토론을 한다.


 


이 세션은 학술대회 이후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가령 조직위원회 안에서도 김동윤 교수는 ‘PD 엑소더스’ 속에서 지상파PD들이 제기하는 제작 여건과 경쟁력 하락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고, 김예란 교수는 현재 언급되는 ‘경쟁력’의 의미에 함정이 있을 수 있음을 논파했다. 좋은 학술토론이 학자들의 세계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성대 박사과정 이슬기 씨는 대학원생 세션이 아닌 자유주제 세션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1명의 교수와 여러 명의 대학원생 발표자로 구성된 기존의 대학원생 세션에서는 가끔, 마치 논문 지도하듯 가르치려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에 문제를 느낀 백선기 교수는 제자에게 진정한 학술토론을 경험시키고자 공동발표 형식을 빌려 자유세션으로 들어온 것이다.


 


주제는 광고와 여성성의 변화, 토론자는 이 분야 대표 연구자라 할 수 있는 한희정, 김수아 두 분의 박사였다. 먼저 한희정의 해박한 사례 제시가 있었고, 뒤이어 김수아 또한 일목요연한 관련 이론의 전개와 좌표에 대한 제시가 있었다. 두 분의 화려한 수사와 엄정한 토론은 만약 ‘TEDx’ 카메라가 있었다면 그대로 방송해도 될 만한 명장면이었다. 전문연구자가 된다는 것의 제대로 된 두 표본을 경험하게 한 백선기 교수의 제자 사랑이 빛을 발한 경우이다.


 


 



대학원생 세션에서도 전문적인 토론이 제공되었다


 


 



1,100쪽이 상징하는 학문정신



그밖에도 지면 관계상 소개하지 못하는 ‘응답하라 1990; 김예란과 김수미’, ‘안녕들 하십니까; 웃음 공동체의 한선과 대자보의 김경화’ 등 이번 학술대회는 참여자들의 기억 속에서 #4, #5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마도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한 학회원의 책꽂이에는 표지 포함 1,100쪽의 거대한 발표문집이 꽂혀 있을 것이다. 학회 자료실에 파일로 제공될 테니 초록만 담자는 의견, 분책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지만, 조직위에서 내린 최종 결정은 ‘한 권이 최선이다’였다. 전문이 실릴 때 발표자의 자세도 달라질 것이고, 한 권에 딱 모여 있으면 논문에 대한 현장 참여자의 집중에도 도움이 되며, 두고두고 확인하기도 좋다는 등의 다양한 장점 때문이다.


 


여기에 사사로운 감정을 덧붙이자면, 그 어떤 시류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학문의 비판정신과 진리탐구 의지를 이 발표문집이 육중한 자태로 시각화하고 있는 듯하여 더 좋다.


 


 


 


*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4년 1월호, 9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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