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물음을 하기 전에 한글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순우리말이 있음에도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하거나 쉽게 지나쳐서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섞어쓰는 때가 많아서
늘 생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음의 내용에서 순우리말의 쓰임이 부족하더라도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날 갑자기 '먹을거리'라는 말을 두고도 '먹거리'라는 말이 생겨나더니
들불처럼 번져가서는 오만 데 떼만 데 '먹을거리'는 없고 '먹거리'만 가득하게 된 때가 있었지요.
이 말의 시작은 대학교 동아리와 사회운동가들에게서 먼저 시작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빌려 말해서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가치 등을 내어건 사람들에 뿌리를 둔 말인데요,
그 뒤로 분야를 따지지 않고 곳곳에서 이런 '먹거리'류의 표현들, 조잡하게 만든 가짜 우리말들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먹거리'가 바른 표현인가 또는 옳은 표현인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이런 논쟁 뒤에
차즘 '먹거리'라는 표현이 줄어들거나 잦아들고 '먹을거리'가 다시 돌아오는 현상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먹거리'라는 말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회단체나 나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가 아니라 대중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주하게 되는 언론, 방송자막 등에서 마치 그 말뜻의 주인처럼 자리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며 이제껏 우리나라의 말과 글인 '한글'을 체계적으로 보존, 발전시키는 기관이
제대로 있기나 한 것인지 하는 불만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에 바쁘기도 하고 그냥 기분 상하고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최근래엔 도저히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한글학회를 찾아 회원가입을 하고 이렇게 물음형식을 빌린 항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국내 신문사의 홈페이지에서 새소식들을 보는데 한국일보, 조선일보를 가장 즐겨 봅니다.
조선일보에서 반복적으로 '먹거리'라고 표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먹거리'에 대한 한글학회의 설명이나 입장이 있는지를 '물음과 대답'란에서만 검색해보았습니다.
딱 하나의 물음이 있고 편찬실 답변이 있더군요. 그 대답을 복사해서 붙여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전편찬실입니다.
>
>'먹거리'는 금성판국어대사전(1992), 한글학회 우리말 큰사전(1992)에 모두 올라있던 말입니다. 이미 10년>전에 국어사전에 오른 말이니 요즘들어 많이 쓰인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말입니다. 그러니 무분별하게 쓰였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조어방식을 들어 '먹거리'가 잘못된 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거리'가 말뿌리(어근)에 바로 붙는 예가 없다는 것이 주된 근거였습니다. 주로 국립국어연구원쪽의 입장이 그러했고,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는 결국 '먹거리'를 빼버렸습니다.
>그러나, '거리'가 말뿌리에 바로 붙은 보기는 찾을 수 없지만 우리말에서 말뿌리 뒤에 바로 뒷가지가 오는 구성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낱말만들기 방법상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죽살다, 듣보다 등). 오히려 얼토당토 않은 한자어는 함부로 빼지 못하면서 잘살려 쓰고 있는 '먹거리'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입니다.
이렇게 무성의한 대답이 어디 있습니까?
어근에 따라 달리 붙여쓰여지는 불완전명사인 '거리'에 대한 물음에 왜 '죽살다, 듣보다' 등 물음의 성격이나 '먹거리'라는 말과는 연관이 없는 예시를 들면서 '먹거리'도 그런 범주와 따져볼 때 쓰지 말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하십니까?
본론으로 가서,
먹을거리, 입을거리, 잡을거리, 마실거리, 볼거리, 찰거리, 만질거리, 밀거리, 박을거리........(명사화 이전의 동사는 생략함).............. 이런 것처럼 엄연히 우리말 만들기의 기본 규칙이 있는 말들이
먹거리, 입거리, 잡거리, 마시거리, 보거리, 차거리, 만지거리, 박거리............ 이런 정체불명의 해괴한 말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분명히 본딧말이 없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이미 있던 말도 아닌 것이 쓰이고,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한글학회라고 하는 곳이 수수방관하고 말도 되지도 않는 억지를 갖다붙이면서 '먹거리'와 같은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것은 (한글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입니까?
이런 부모도 없는 호로세끼 같은 '먹거리'의 활개는
날아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고 에헴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아마도 대중운동이나 사회운동, 기존의 방식보다 진일보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먹을거리'가 지닌 본디뜻과는 미묘한 차이의 뜻을 추가하거나 조금은 다른 용도, 다른 뜻을 담은 글을 만들고자
'먹거리'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저의 추측이 일리가 있다면 제가 추측한 용도로써의 '먹거리' 사용은 분명히 억지입니다.
우리 한글은 불완전합니다. 세종대왕께서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말로만 존재하던 한글을 문자로도 표현할 수 있게 했습니다만 소리가 활자화 되었을 때 완벽하게 상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서 오는 불완전을 말함이 아닙니다.
예외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지요. 말과 글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함께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말과 글은 살아있는 생명체로 비유되기도 합니다만
기본이나 규칙이 허트러진 말과 글은 더 이상 사람 사이의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없습니다.
흔히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정말 부득이해서, 어떻게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끌어들이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은 어떻습니까? 언어의 다양성, 낱말의 풍부성????
이런 저런 핑계로 있는 말마저도 죽여버리고 마치 어린애, 청소년기의 은어처럼 변질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언론, 방송, 사회 각 분야에서 한글이 엉터리로 쓰이고 그렇게 엉터리로 쓰이는 우리말이
범람하는 파도처럼 우리의 언어생활을 무너뜨리고 있으면 우리말과 관련된 대표기관인
한글학회-한글학회뿐만 아닙니다-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장 먼저 잘못되거나 엉터리 표현들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 시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표가 잘 나지 않는 것들로써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행동하고 있다고
강변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러한 노력들은 이제껏 봐왔듯이 아주 미미하거나 형식적으로 한글지키기 운동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글학회'라는 사이트에 들어오니 '한글사랑방'이니 '첫쪽'이니 '누리집'이니 이런 순우리말 형식으로
꾸며 놓았는데 이렇게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것보다 실질적인 노력과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간판만 내걸고 순우리말로 사이트를 꾸민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KBS한국방송에서 이따금 가물에 콩 나듯이 '바른 말 고운 말'을 방영하고 있는데 어찌 이것만큼도 되지 않는다고 느껴집니까?
한글학회와 국어 관련 학자, 학회, 기관들은 오늘날 이렇게나 우리말이 처참하게 붕괴되는 현실을 도대체 왜 외면하고 있는 겁니까? 일개 국민, 어느 유명 연예인 이런 사람들이 우리말 바로세우기에 첨병이니 하며 맨 앞에 나서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겁니까?
먹거리라는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학자와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 사람들의 논리를 보면
정말 어이가 없고 한심합니다.
틀린 것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먹을거리'라는 말이 있고 또 '먹거리'가 담고 싶은 뜻도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도 굳이 '먹을거리' 대신
'먹거리'라는 표기를 고집하게 방치하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틀리지 않다면 바른 것이 됩니까?
편찬실의 대답을 복사해 온 것 중 끄트머리에
- '먹거리'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입니다.-를
'먹거리'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틀린 태도입니다. 이렇게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설마 그게 그거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만약에 그게 그거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고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우리말을 죽이는 행태입니다.
우리말 표현의 모호성, 즉 노랗다를 두고 누렇다, 누루끼리하다, 누르스럼하다... 등으로 확장되는 특성과 표현의 풍부성을 죽이고 없애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한글학회는 우리말, 국어의 바른쓰임과 가치를 드높이는 데에 지금보다 훨씬 더, 몇 십배 더 되는
노력을 하기 바랍니다.
늑대 (2011-02-10 13:24:57)
먹거리에서 '거리'는 어감상 ' 약간 낮추어 하는 말 ' 처럼 들립니다. 먹거리 라고 하면 낮추어 하는 말처럼 들려서 기분이 좋치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