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지나간 세월을 탓하는 구석이 친일파를 내모는 일인 듯싶다.
고려가 조선으로 바뀌고, 대한이 일본에 합치고, 일본이 망해서 이
남에 대한이 새로 서고, 이북에 조선이 다시 들어 선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옛 시인은 인걸은 간데 없고 산천만 의구하다 노래한다. 누구를 탓
하랴 ! 어처구니 없이 세월이 하수상하다 이웃사촌을 원수지며 사는
것이 옳단 말이냐? 아니다, 서로 미운 정 고운 정 부대끼며 사는 것이
인간물정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어제의 자잘못을 서로 허물없이 털어놓아 갈린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다시 알찬 살림을 꾸리는 일이 먼저이다.
이광수며 최남선이 이적질하여 제 배속를 채웠더냐 ? 아니다, 몹
쓸 세월을 만난 마저 제 인생을 살지우느라 마지 못해 한 두어 마디
말썽을 일으킨 것이 아니더냐?
물론 어떤이처럼 제 잘못을 뉘우치노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번복
하는 재주라도 부리는 곰이기를 마다한 저들을 꾸짖을 사람은 많지
않다. 저의 잘못을 손꼽만큼도 가리려 들지 않아 일본이 가르쳐 준
대로 이 나라를 쥐락펴락 다스리려 든 사람이 아직도 권세를 부리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지난날 서울역의 이름은 경성역으로 바뀌기 전에 [남대문]역이었
었고, 서울도 한성[한양]을 나랏님 계시는 데라는 이름이라 서울로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일본 사람이 저희 이두[훈독]대로
[경성]이라는 한자로 바꾼 이름이지 않으냐?
왜 왜가 물러난 자리에 한성이라는 옛 이름이 되살아나지 못하고
왜가 깔보아 저희 이두로 갖다붙인 경성의 껍데기인 서울이라는 지명
으로 서울을 세상에 드러내 놓은 것이냐? 아직 중국이 한성과 조선으로
부르는 우리나라를 서울과 한국으로 불러달라고 애걸복걸하여야 마땅
하랴?
호남선, 중앙선, 영동선과 달리 지방과 중앙을 잇는 도로이름까지
서울과 부산을 잇는다고 [서부선]이고, 서울과 원산를 잇는다고 [서원선]
이라고 부르지도 않는 경성의 빈껍데기 서울은 가라 ! !
경부선.경인선.경원선,경의선 모두가 일제의 잔재이다 ! 이것을 털어
내고 영남선 인천선 관동선 관서선처럼 산천리 강산을 주인으로 삼은
길거리 이름부터 자리잡아야 마땅하다.

